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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4-12 10:45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2,416   추천 : 0  

Original 류서연 延教书店 Today

 

행복한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카텐부터 열어젖혔다. 오늘따라 유난히 화사한 아침해살이 눈부시게 비쳐 들어와 내 눈을 부신다. 

일어나자마자 잠옷바람으로 주전자에 물부터 끓인다. 이어 달그락달그락 정겹게 귀가에 들려오는 물 끓는 소리는 상쾌한 토요일 아침과 함께 생기로 충만되면서 내 청각을  즐겁게 해준다. 

예쁜 차잔에 커피 한잔 탔다. 순간 은은한 커피의 향긋한 냄새가 온 방안에 싱그럽게 퍼진다. 마시기 아까워 잠시 눈감고  그 달콤한 향기에 흠뻑 취해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삶의 여울목에서 오늘 아침도 따뜻하게 다가온 커피 한잔으로, 마음속 가득한 그리움으로 내 목을 추기고있다. 커피 한모금, 한모금 내 목을 흐르듯 내 그리움도 흐른다.

어느 순간부터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잠만 푹 자는걸 보니 서방나라들에서만 마시던 커피가 어느새 우리 생활 문화의 일부가 되여버렸고 내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다정한 존재로 되여 나와 끈끈한 애정을 쌓아온것 같다. 아니 커피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커피숍에서 장소와 관계없이 달콤한 커피 한잔 마시노라면 팽이처럼 바삐 돌아치는 현대생활의 빠른 절주속에서 잠간이나마 숨을 돌릴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것이 그렇게 즐거웠다. 

나는 지금 커피잔에서 하아얀 김이 모락모락 피여오르면서 내 눈앞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덩그런 식탁에 마주앉아 여유작작하게 홀짝홀짝 커피를 마신다. 커피 한모금 들어가자 쌉싸름한 맛이 서서히 입안에 퍼지는가싶더니 이어 달콤하고 감미로운 맛이 혀바닥을 부드럽게,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나를 아늑한 추억속으로 끌고간다. 

낯익은 향기에 젖어 눈을 감고 가만히 깊은 명상에 사로잡힌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오늘 아침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마음껏 만끽하고있노라니 내 마음은 그제날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으로 그들먹하니 차오른다. 잊지 못할  그날의 감격으로 가슴이 먹먹해난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눈도 유난히 많이 내렸다. 그날은 겨울에 잡아들어 아마 제일 추웠던 하루였던것 같았다. 전날 내린 폭설로 하여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학생들을 데리고  큰 길에 나가 눈치기를 해야 했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아무리 쳐도 무릎까지 내린 눈은 종시 자리가 나지 않았다. 거의 세시간을 쳐서야 겨우 임무를 완성할수 있었다. 

눈을 치고 들어오니 학생들은 저마다 손과 얼굴과 두 귀가 겨울추위에 발갛게 얼었다. 나도 혹독한 추위에 온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교실은 깨끗이 청소되여있었고 교탁우에는 하아얀 김이 몰몰 피여오르는 따뜻한 커피가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너무도 반가웠다. 그옆에는 예쁜 메모지까지 있었다.

 

“선생님, 따끈한 커피 한잔 마시고 언 몸을 녹이세요. 이 추운데 아침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눈을 치시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저는 교실에서 얼마나 죄송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청소해놓고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커피 한잔 타놓았어요! 선생님을 만난것은 저의 인생에서 제일 큰 행운이예요. 선생님은 신체상의 장애로 주눅이 들고 마음의 문이 꽁꽁 닫긴 저에게  한줄기 따스한 해살을 가져다주었고 저에게 생의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주었으며 저에게 복장디자이너가 되려는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었어요. 그 꿈이 있었기에 저는 현실을 정시할수 있었고  일어설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매화 올림” 

 

메모지를 읽고있는 나의 마음속에서는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온 몸이 훈훈해나는것 같았다.

매화는 조용하고 말없는 아이였다. 신체상의 장애로 반 학생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학교를 다녔고 학교에 와서는 늘 말없이 공부를 하는 학생이였고 성적도 좋았다. 신체상의 장애로 자기 스스로 반 아이들과 어울리는것을 무척 싫어하여 매화를 찾아서 조용히 개별담화를 하였었다. 신체상의 장애가 있는것은 흠이 아니라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현실을 정시하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고나서 손재간이 좋으니 복장디자인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었다.

반주임으로서 매화한테 해준것이 별로 없는데 그때 그애한테 해준 그 말 한마디가 매화에게는  커다란 기쁨으로, 감격으로 다가갔는가 보다.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매화의 예쁜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고 섰다. 

“매화학생 청소 잘 했네요, 혼자서 힘들었겠어요. 커피 맛있게 마실게요.”

매화는 나를 바라보며 방그레 웃었다. 그 웃음은 그렇듯 찬란하였고 생활에 대한  신심과 용기로 충만되여있었다. 그제날 늘 수심에 잠기고 우울해있던 매화같지 않았다…

그때 매화가 말없이 교탁우에 놓아준 커피는 여느 커피보다 특별히 달고 맛있엇다. 지금도 그때의 그 커피맛을 떠올릴 때면 입안에서 달콤하고 감미로운 커피향이 은은히 감도는것 같았다.

그때 마신 커피는 아마 내 생애에서 가장 달콤하고 가장 감미로웠던 커피 같았다. 그때의 그 커피맛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있다.

그때 나는 알았다. 한잔의 커피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따뜻이 녹여줄수 있고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줄수도 있다는것을, 사소한 일에서 받은 마음, 따뜻한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는것을, 그렇게  받은 감동은 평생을 마음속에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다는것을 나는 그때 마음속깊이 느꼈다. 주는 사람에게는 아주 보잘것 없는 한잔의 커피에 불과하겠지만 받는 사람은 그 한잔의 커피에서도 커다란 행복과 사랑을 느낀다는것을 알았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살면서 그 누구에겐가 평생 잊혀질수 없는 한잔의 달콤하고 따뜻한 커피를 각근히 권한적이 있었던가를. 그러면서 깨달은 하나의 삶의 리치—타인에 대한 관심은 실은 우리 일상생활의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것을 그때 절실히 느꼈다.

일상생활가운데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주는 사람의 관심과 정성과 사랑의 마음이  듬뿍 담긴다면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감동으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다가갈것이고  엄동설한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커피 한잔에도 사람의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녹일수 있다는것을 알았다.   

정녕 받는 사랑, 받는 관심보다 주는 사랑, 주는 관심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것을 나는 신체장애자인 매화를 통해 알았다. 그것도 교육자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 너무 늦게야 생활의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것이 사뭇 부끄럽기만 하였다. 

그날 나는 매화가 건네준 따뜻한 커피 한잔에 얼굴이 뜨거워나서 몸둘바를 몰랐었다. 그때의 부끄럽던 기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오늘도 상쾌한 기분으로 향기 그윽한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한잔의 행복한 여유를 즐기며 내 마음을 깨끗이 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