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조선이 세상에 공개한 핵탄두의 지름은 60cm다. 농구공의 지름이 24cm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핵탄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1999년 조선을 방문한 파키스탄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이 평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지하시설에서 3발의 핵탄두를 직접 관찰하며 핵탄두제조기술을 전수받을 때, 그는 자신이 관찰한 핵탄두의 지름이 60cm라는 사실을 나중에 회고담에서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지름이 90cm 이하인 핵탄을 소형화된 핵탄이라고 하는데, 압둘 칸이 1999년에 조선에 가서 지름이 60cm인 핵탄두를 관찰하였으므로, 조선의 핵탄소형화기술은 1999년 이전에 이미 완성되었던 것이다. <사진 12>
지름이 60cm인 핵탄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지난 시기 미국이 만든 여러 종류의 핵탄두들 가운데 지름이 56cm인 마크(Mark)-12의 무게는 500kg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2009년 1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압둘 칸은 자신이 1999년 조선에서 관찰한 3발의 핵탄두가 파키스탄에서 만든 핵탄보다 “기술적으로 더 발전된, 완벽한 핵탄두들”이었다고 격찬하면서, 당시 파키스탄의 가우리(Ghauri)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기술을 조선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말한, 가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기술이란 핵탄을 소형화하는 기술을 뜻하므로, 당시 조선은 핵탄소형화기술을 파키스탄에 전수해준 것이다.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핵탄두소형화기술을 전수해줄 때 압둘 칸에게 보여준 3발의 완벽한 핵탄두들은 그로부터 3년 전인 1996년에 완성된 핵탄두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5주년에 즈음하여 1996년 12월 24일에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당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조명록 차수는 경축보고를 통해 조선인민군은 지금 “군건설기의 최전성기를 펼쳐가고 있다”고 하면서 “인민군대는 적들의 임의의 불의의 침공도 제때에 타격하고 짓뭉개버릴 수 있는 강위력한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다 갖춘 무적필승의 전투대오로 되었다”고 지적하였기 때문이다. 이 인용문은 1996년에 조선이 핵탄두소형화기술을 완성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음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이 핵탄두소형화기술을 완성한 20주년에 즈음하여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한 것이다.
▲ <사진 13> 이 사진은 미국이 1945년에 역사상 처음 만든, 팻맨이라고 부른 대형 핵폭탄이다. 거기에는 오각형으로 생긴 3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되었다. 미국이 71년 전에 만든 이 핵폭탄은 지름이 3.3m, 무게가 4,670kg이나 되는 거대한 핵폭탄이다. 요즈음에 사용되는 핵탄제조기술로 보면, 원시적인 핵폭탄이다. 그 이후 5대 핵강국은 핵탄제조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고폭렌즈를 더 많이 부착하게 되었는데, 고폭렌즈는 최대 96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므로 조선이 20년 전에 만들어낸, 64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핵탄두는 제3세대 핵탄두이고, 조선이 이번에 공개한, 7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핵탄두는 제4세대 핵탄두라고 말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 7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증폭분열탄두
조선에서 지름을 60cm로 줄인 소형 핵탄두를 만들어낸 때가 1996년이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살펴본 핵탄두의 지름도 그 때와 똑같이 60cm라면, 조선의 핵탄두제조기술이 지난 20년 동안 발전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조선의 핵공학기술 발전추세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 20년 동안 조선의 핵탄두제조기술이 답보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조선의 핵탄두제조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는 아래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들에서 확인된다.
첫째, 20년 전 조선이 만든 핵탄두에는 64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되었는데,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에는 7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되었다.
핵탄두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고폭렌즈를 만들어 부착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핵탄두에 고폭렌즈가 많을수록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된다.
<사진 13>은 미국이 1945년에 역사상 처음 만든, 팻맨(Fat Man)이라고 부른 대형 핵폭탄인데, 거기에는 오각형으로 생긴 3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되었다. 미국이 71년 전에 만든 이 핵폭탄은 지름이 3.3m, 무게가 4,670kg이나 되는 거대한 핵폭탄이다. 그 이후 5대 핵강국은 핵탄제조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핵탄두를 소형화하였고, 고폭렌즈를 더 많이 부착하게 되었는데, 고폭렌즈는 최대 96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므로 조선이 20년 전에 만들어낸, 64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핵탄두는 제3세대 핵탄두이고, 조선이 이번에 세상에 공개한, 72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핵탄두는 제4세대 핵탄두라고 말할 수 있다.
제4세대 핵탄두를 만들어낸 조선은 95개의 고폭렌즈가 부착된 최신형 제5세대 핵탄두도 만들었다. 조선이 1980년대 후반부터 140여 차례나 진행해온 고폭시험을 2015년에 완전히 중지한 것은 제5세대 핵탄두에 96개의 고폭렌즈를 부착하는 기술을 2014년에 완성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이번에 제4세대 핵탄두만 공개하였고, 제5세대 핵탄두는 공개하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최신형 무기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법이다.
둘째,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제4세대 핵탄두가 “우리 식의 혼합장약구조로서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 제작된 핵탄두”라는 사실이다. 열핵반응(thermo-nuclear reaction)이란 수소탄이 기폭될 때 일어나는 핵융합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을 뜻하는데, 핵융합탄(수소탄)이 아닌 핵분열탄(일반핵탄)에서 어떻게 열핵반응이 일어나는 것일까?
원래 열핵반응은 핵융합탄에서 일어나지만, 특수하게 설계, 제작된 핵분열탄에서도 부분적인 열핵반응이 일어난다. 부분적인 열핵반응이 일어나는 특수한 핵분열탄이 바로 증폭분열탄(boosted fusion bomb)이다. 증폭분열탄은 여러 종의 핵탄들 중에서 가장 고도화된 기술로 만들어내는 최상급 핵탄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 제작된 핵탄두”는 증폭분열탄두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3호는 증폭분열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이다. <사진 14>
▲ <사진 14>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 제작된 핵탄두"를 살펴보았다. 부분적인 열핵반응이 일어나는 특수한 핵분열탄이 바로 증폭분열탄이다. 증폭분열탄은 여러 종의 핵탄들 중에서 가장 고도화된 기술로 만들어내는 최상급 핵탄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3호는 증폭분열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이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화성-13호에 장착되는 증폭분열탄두의 폭발력은 150킬로톤급으로 추정된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화성-13호 재진입체에 장입되는 증폭분열탄두의 폭발력은 얼마나 큰 것일까? 일반적으로, 증폭핵분열탄은 일반핵탄보다 5배 더 강한 폭발력을 지닌다. 그러므로 화성-13호 재진입체에 장입되는 증폭분열탄두는 20년 전 조선이 만든 핵탄두보다 5배나 더 강한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은 파키스탄에게 핵탄두소형화기술과 미사일제작기술을 모두 전수해주었는데, 파키스탄이 조선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모방생산한 가우리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의 폭발력은 30킬로톤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이미 20년 전에 30킬로톤급 제3세대 핵탄두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화성-13호 재진입체에 장입되는 제4세대 핵탄두는 제3세대 핵탄두보다 5배나 더 강한 폭발력을 가진 증폭분열탄두이므로,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1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두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무기병기화공장에서 핵탄두를 살펴보면서 “핵탄을 경량화하여 탄도로케트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는데 이것이 진짜 핵억제력이라”고 지적하였다.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하였다는 말은 1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두를 계열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핵시설들의 정상운영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여 필요한 핵물질들을 꽝꽝 생산하며 핵무기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보다 위력하고 정밀화, 소형화된 핵무기들과 그 운반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 뿐 아니라 이미 실전배비한 핵타격수단들도 부단히 갱신하기 위한 대책을 따라세울 데 대하여 강조”하였다. 이것은 1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두를 더 많이 생산하고, 그것을 장착할 화성-13호도 더 많이 생산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증폭분열탄을 만든 나라는 곧바로 수소탄도 만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증폭분열탄을 만든 뒤에 수소탄을 만들기까지 걸린 기간을 살펴보면, 미국은 1951년 5월부터 1952년 10월까지 1년 6개월이 걸렸고, 소련은 1953년 8월부터 1955년 11월까지 2년이 걸렸고, 중국은 1966년 5월부터 1967년 6월까지 1년이 걸렸다.
조선이 증폭분열탄두를 장착하는 화성-13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때가 2012년 4월 15일이었으므로 조선이 증폭분열탄두를 처음 만든 시점은 2012년보다 더 앞선다. 지난 시기 미국, 소련, 중국은 증폭분열탄을 개발한 때로부터 불과 1~2년 뒤에 수소탄을 개발하였으므로, 조선도 2012년 이전에 수소탄을 개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 전 세계에서 수소탄을 가진 나라는 조선과 중국밖에 없다.
6. 화성-13호 12발과 화성-14호 6발
2003년 9월 11일 미국의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하여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가 15,00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보도가 나온 때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다. 비록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존재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이 13년 전에 이미 사거리가 15,000km에 이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12년에 공개된 화성-13호는 13년 전에 개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크기를 줄여 자행발사대에 실을 수 있게 변형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15>에서 보는 것처럼,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살펴본 화성-13호 동체에는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되었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열병행진 중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화성-13호 동체에도 똑같은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되었다. 2013년 6월 5일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면서 내가 직접 관찰한 화성-13호 동체에도 똑같은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되었다. 그와 달리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60주년 열병행진 중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화성-13호 동체에는 옅은 회색이 도색되었다.
똑같은 화성-13호인데, 2012년 4월에 등장한 6발에는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되었고, 2013년 7월에 등장한 6발에는 옅은 회색이 도색된 것이다. 이러한 도색의 차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첫째,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최소 12발 실전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6년 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운용하는 3개 대대로 편성된 1개 여단이 있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는 1개 대대에 화성-13호를 최소 4발씩 배치한 1개 여단이 있는 것이다.
핵전쟁의 파멸적 위험에 대해 예고해주는 웹싸이트의 추산에 따르면, 1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두 1개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떨어지는 경우, 364m 높이의 거대한 핵화염이 그 도시를 덮치게 되며, 101k㎡의 도시면적이 핵화염으로 녹아버리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그 도시 전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1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두를 장착한 화성-13호를 1발만 쏘면, 워싱턴D.C.가 초토화될 것이다.
둘째, 위장색 얼룩무니 도색과 옅은 회색 도색은 아무런 뜻이 없이 두 종류로 도색한 것이 아니라, 두 종류의 서로 다른 탄두를 장착한 화성-13호가 6발씩 실전배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2년 4월 15일에 등장한 위장색 얼룩무니 화성-13호 6발에 증폭분열탄두가 장착되었다면, 2013년 7월 27일에 등장한 옅은 회색 화성-13호 6발에는 수소탄두가 장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는 수소탄두를 1발씩 장착한 화성-13호 6발이 배치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