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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26 00:49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815   추천 : 0  

길림성 룡정시북안소학교  김채옥

  술이 이세상에 생겨난 시기는 나는 모른다. 술이 인간세상에 많은 이야기거리들을 만들어내것만은 사실이다. 나와 남편 사이에도 술을 두고 울고웃은 일화들이 적지 않은데 오늘은 그중 몇가지만 이야기해보려 한다.

  결혼해서 금방 살림살이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어찌어찌하다가 남편과 다툰 나는 며칠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도 퇴근하여 이리저리 거리를 누비다가 늦게야 집에 들어간 나는 문고리를 쥐였다놓았다하며 망설이다가 추위를 견딜수가 없을 때에야 집문을 떼고 들어섰다. 먼저 퇴근한 남편이 불을 지폈는지 주방은 뜬김이 뽀얗게 서려 코앞도 분간할수가 없었다. 나는 모르는척 하고 안방에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워버렸다. 꽁꽁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나는 저도모르게 소르르 잠들어버렸다. 한참후 고소한 볶음채냄새와 함께 남편이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계속 잠든척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헌데 한참 있으니 남편이 누군가와 주고받는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누구지? 귀를 강구고 들어보니 남편의 말소리는 알겠는데 대방은 누군지 좀처럼 알수가 없었다. 계속하여 남편의 목소리만 귀구멍을 파고들었다. 자, 한잔 들기오. 양 저도 한잔 마시오. 카 이맛이요 이맛… 술맛이 좋구만…그래 우리 속시원히 터놓고 말해보자니까, 그래 그거 좋지…아, 그건 내가 잘못한거 맞소…. 무슨 일이지? 나는 이불귀를 젖히고 귀를 강구었으나 대방이 누군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였다. 망신이래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담? 손님이 왔는데 이렇게 계속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것도 례의는 아니지만 배에서 연신 꼬르륵거리며 보내는 신호도 무시할수가 없었고 코구멍을 간지르며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고소한 음식냄새도 참기 어려워난 나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서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는 누구 왔어요? 하고 말을 건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헌데 웬걸 남편만이 술잔을 들고 거울을 마주하고 앉아있을뿐 주방에 손님은 없었다. 남편이 거울안의 자신과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고있었던것이다.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본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어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부부의 랭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지만 술로 인한 그 우습던 일화는 지금도 가끔 떠올라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번 일로 나는 남편의 유머스런 재치와 순진하면서도 곧고 여린 마음씨,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을 엿보게 되였고 또한 남편의 술에 대한 애착도 알게 되였다. 또한 술이 무뚝뚝하던 남편을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게 너무 신기하여 금주령도 해제하게 되였다. 그렇게 시작한 반주술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동안 남편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이야기들을 참 많이 엮어갔다.

  언젠가 또 한번은 남편이 높다고 디디면 낮고 낮다고 디디면 높다고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였는데 나는 그런 남편을 보고 화를 낼 대신 배를 끌어안고 웃지 않으면 안되였다. 남편이 걸고있던 안경알이 한쪽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한쪽눈만 가리고 있으니 희극배우라도 아마 그런 희극배우는 없었을것이다. 내가 대굴대굴 굴러가며 웃는 모양을 보고 남편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집으로 오면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자꾸 쳐다보고 킬킬거리더라는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쪽 안경알은 술안주로 했냐고 했더니 그제야 남편은 한쪽 눈은 잘 보이는데 다른 눈이 유달리 침침하다고 느꼈던 원인을 알게 되였다고 하면서 뒤수더기를 긁적이는것이였다.

  그외에도 오십원짜리, 백원짜리 돈을 잔돈으로 알고 택시기사에게 건네주고는 술이 깬후이면 돈을 찾으며 아쉬워하던 일이며 오밤중에 제집의 단원수를 헷갈려 남의 집의 대문을 두드린 일이며가 참으로 기수부지인것 같다. 술을 좀 과음한 날이면 남편은 기분이 최고로 좋아져서 아래층에서부터 아들애와 나의 애명을 번갈아 부르며 문을 열라고 소리치며 올라온다.

  이런 애주가 남편이여서 그런지 그이는 어쩌다가 내가 술을 마시고 취기가 가득한채 들어오는 날이면 나의 뒤시중도 무척이나 잘해준다. 한두잔만 마셔도 열에 아홉번은 취하고마는 나는 극력 술자리를 피하려 애쓰지만 그래도 피할수 없을 때에는 몇잔을 마시군 하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집에와 열물이 나올 때까지 여기저기 토하군 한다. 그래도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속이 어떻소? 몹시 괴롭지? 하면서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꿀물을 타준다 과일을 깎아준다하면서 바삐 돌아치기도 하고 그래도 안되면 해독약을 먹이거나 점적주사를 놓아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마음도 곧잘 헤아려준다. 마음이 여리니까 이렇게 될걸 알면서도 거절하지 못하는거지… 술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된다니까… 하면서 오히려 술자리에서 술을 완강하게 거절하는 사람들을 독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남편의 술철학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마음이 나쁜 사람이 없다. 술 석잔이면 그 사람의 진심이 보이고 술자리 세번이면 사람의 됨됨이도 알수 있다는 등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 이런 애주가 남편을 둔 덕분에 나도 남편이 담근 다양한 술들을 가끔 맛보군 한다. 가을철이면 미용에 좋다는 머루로 담근 포도술과 찔레꽃주, 여름이면 정력에 좋다는 뱀술이거나 더덕주, 관절에 좋다는 불개미술과 고혈압, 심장병에  좋다는 솔잎술과 진한 향내가 일품인 송이술, 피로회복과 기억력감퇴에 좋다는 오미자술과 같은 다양한 술들을 조금씩 맛보면서 깊고 진한 술맛만큼이나 새록새록 다양한 빛갈을 낼수 있는 남편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고된 삶속에서도 유머와 재치로 시련을 이겨낼줄 아는 멋과 향을 지닌 남편이 항상 내곁을 든든히 지키고있어 행복하다.

  아직도 남편의 술친구로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는 나지만 남편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속에서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는것만으로도 나는 즐겁다.

  술이 있는 인생은 슬픔도 있지만 웃음도 있고 행복도 있어서 즐겁다. 술이 남편의 생활의 한부분인것처럼 술취한 남편의 유머도 내 생활의 비타민이고 윤활제이다. 술취한 남편은 래일은 또  어떤 일로 나를 웃길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다.